만화가의 자질 by artistY



만화가가 된다는 것이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으로 만화가가 되려고 했다면 당신은 이 일에 금방 회의를 느끼게 될 것이다.

만화가의 작품 활동, 즉 창작 작업은 실로 피를 말리는,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온 힘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수면, 항상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는 지루한 작업,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작업량, 그리고 마감 시간에 쫓기는 스트레스, 

운동 부족,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다면 

이제부터 만화가 수업을 받아도 좋을 것이다.



당신에게 교양과 넓은 지식, 그리고 자기 나름의 건전한 사회관과 예술관을 갖기를 요구한다.

당신이 그리는 만화가 예술의 한 분야로 자부할 수 있는 

철학적 신념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윤만을 구하기에 급급한 인기 만화보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작가 의식이 건재한 만화를 그려서 대중문화의 건전화에 힘쓰겠다는 

만화가로서의 사명 의식이 필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건전한 지식을 지니는 일이 어쩌면 당신의 만화에서 예술성의 폭을 넓히는 길인지도 모른다.



만화가는 많은 영역의 지식과 견문이 있어야 한다.

만화가에게 무슨 견문이 필요하냐고 묻는 것만큼 어리석은 질문은 없겠다.

예컨대 비행기나 배를 그리려면 세부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사진으로 충분할 것 같지만 직접 타 보는 일에 비할 수 없을 것이다.

외국의 풍경을 그려야 할 때 사진이나 비디오테이프 등 여러 자료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으나 실제 현장 답사를 하고 스케치를 해 온 것만 못한 게 사실이다.

어쩔 수 없다면 사진이나 정보로 만족해야 하겠지만 어쨌든 지식과 견문을 

쌓을 수 있게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연구하고, 또 연구해야 하는 작품 활동의 길은 

끊임없는 스트레스의 연속이며 원고지와의 전쟁이다.

정말로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직업병을 견디어내지 못할 것이다.



만화는 너무 힘들고 어려운 직업이다.

그리고 또 그려도 완숙의 끝은 항상 멀기만 해 보인다.

일시에 이룰 수 있거나 쉽게 잡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직업적인 만화가로서의 장인 정신과 책임감 없이는 해낼 수 없는 작업이다.

무엇을 그린다 하여도 모방이 아니라면 당신은 당신 자신을 그리는 것이 

가장 진실하고 또 성실히 작업에 임할 수 있다.

따라서 당신은 당신의 마음속 밑바닥에 있는 그 무엇을 그리게 될 수밖에 없다.



만화의 기본 정신은 비평에 있다.

어쩌면 당신이 만화가가 되려는 이유도 

그 비평 정신에 매료되어서 이 길을 선택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평의 칼을 마구 휘두른다면 그 나름의 잘못된 점이 있을 것이다.

건전한 사고방식 하에서의 비평만이 사회의 공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당신은 한 사람의 만화가로서 올바른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연필 한 자루와 한 장의 종이만 있으면 당신도 만화가가 될 수 있다.-라는 

달콤한 유혹에 나도 만화가가 되어 볼까.-라고 생각하였다면 

당신은 우선 마음속으로 100까지 헤아리든지, 1000까지 헤아리기를 바란다.

(중략)

재능이 없어도 만화를 그릴 수 있다는 현란한 말의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당신의 주머니를 훑자는 수작이기도 하지만 당신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화를 그리려고 입문을 한 후에는 자질이 없음을 알고 포기하려고 하지만 포기들을 못 한다.

많은 만화가 지망생들이 만화가 좋아 질질 끌려다니다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회의에 빠지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당신이 정말 만화에 적성과 자질이 있는지 잘 판단하여 결정하는 지혜로운 사람이기를 바란다.



그림에만 소질이 있다면 차라리 순수 미술을 선택하길 바란다.

사실 그림이야 소질에 상관없이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는 그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만화란 그림만 그린다고 완성되는 작업은 아니지 않은가.

(만화는) 그림이란 기본 바탕에 그 이상의 것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화가들끼리 만나서 하는 대화를 들어보면 그들은 그림을 논하지 않는다.

그림이야 어떤 형태로든 다 일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세계, 스토리의 질, 그림의 개성 형태만을 이야기할 뿐이다.

당신이 잘못하여 들어왔다면 당신은 만화가는커녕 작가의 어시스턴트로 

고생만 하다 자신의 작품 하나도 출판사에 가져가 보지도 못하고 오로지 기능인으로 

많은 시간을 아깝게 보낸 후 결국 펜대를 꺾어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사숙고하여 당신의 갈 길이 한 길로 정해졌다면 

야구의 투수가 항상 손에 공을 잡고 있듯이 연필이 손에서 떠나서는 안 될 것이다.

연필과 스케치북을 당신 몸의 분신으로 여기고 살아야 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생활하는 공간 즉 길, 공원, 학교, 

지하철, 카페, 도서관 등 어디서라도 걸어가는 인물이나 

동물 또는 건물 등을 스케치하는 열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중략)

미술의 기초 실기 능력을 기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는 피카소의 그림에서 유아 그림 같은 느낌을 느낀다.

그러나 절대로 유아 그림은 아니다. 그렇다고 낙서도 아니다.

피카소의 화풍은 모두 사실적인 데생 실력의 바탕에서 우러나온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연습지를 당신 키의 두께만큼 쌓을 때까지 1년, 2년, 3년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를 때까지 그리기를 계속해야 한다.



어떤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여 그 모습을 외워 버리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으로 머리에 데생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사물을 그대로 베껴내는 작업이 아니다.

어떠한 사물도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대로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중략)

그림 실력을 늘리는 데에는 어떠한 이론도 큰 도움이 될 수는 없다.

이론은 시작이며 끝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무것도 아니다.

오직 손으로 반복하여 연습하는 것이 그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길이다.

끝없는 노력만이 당신을 대가로 인도해 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지식과 예술관이 서 있다고 해도 그림으로 능란하게 

표현할 실력이 없다면 만화가로서는 실격일 것이다.

가장 손쉽게 빨리 만화가가 되는 길을 찾는다면 

당신은 아마도 가장 빨리 만화 수업에 염증을 느끼고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독자는 당신에게 당신의 개성을 요구하지 모작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로서 출발하려면 당신만의 맛을 내는 개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림, 스토리, 모두 자신만의 독창적인 개성이 있고 

독자의 입맛에 맞는 예술의 세계를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자기만족에 빠져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만화를 그리는 것은 낙오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정말로 당신이 천재성을 가지고 있어서 현재는 독자가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라면 

언젠가 독자는 당신의 작품성을 인정해 줄 것이다.

아집에 사로잡히지 말고 항상 옆에 좋은 비평가를 두는 것은 큰 행운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개성만을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그림의 기초 실력을 튼튼히 키워야 할 것이다.

기초가 안된 엉성한 그림과 개성은 확실히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는 쓰러지기 마련이다.

우선 데뷔한 후에 실력을 차차 키운다는 식의 발상은 금물이다.



여러분의 작품에는 여러분의 개성과 지식, 가치관, 생각하는 것들의 분신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단순한 기술적인 지식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철학과 감성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중점을 두는 것이 작가로서 성공하는 길이라 믿는다.



분명 만화가가 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겁부터 먹고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할 필요는 없다.

만화가가 되겠다는 확고하고 굳은 신념과 만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여러분은 분명히 언젠가는 훌륭한 만화가가 될 수 있다.



- 책 "프로 테크닉 코믹스"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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