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일과 생각 by YangGoon




우리가 하는 일은 시간과 비용에 맞게 의뢰인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제안하는 디자인을 보고 나면 의뢰인은 그것을 자신이 늘 원했던 것으로 인식한다.




디자인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하고 있다.

새로운 요리법을 발견하거나 거실 가구를 다시 배치하거나 

개인 웹사이트를 새롭게 구성하는 등 새로운 일을 계획할 때 우리는 디자인을 한다.

전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든 아이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디자인 사고는 사람의 인식 속에 내재된 것이다.




이전 문명의 유물들과 지역 특유의 디자인, 전통 공예품들을 통해 

우리는 디자인 사고의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디자인되었다.

단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가 아닌 것은 모두 누군가가 디자인한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의 질은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이고 상상력이 넘치면서도 

흥미로운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가 중요한 것이다.




실력이 뛰어난 성공한 디자이너들도 자신이 하는 일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어떤 일들을 했는지가 아닌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치중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그들의 관심은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든 결과물을 평가하는 것이다.




창조적인 디자이너는 디자인 지침서를 

단순한 설명서로 이해하지 않고 탐구의 시발점으로 여긴다.

창조적인 디자이너는 탐구를 시작해 이미 알려진 어느 지점에 도달하거나 

익숙한 또 다른 것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다.




디자인에서 불확실성은 좌절감과 동시에 희열을 준다.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제안서 내용이 디자인 과정이 

한창 진행될 때까지는 여전히 모호하고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디자이너들은 초반부에 임시적인 해결책들을 내놓지만, 최대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다.

해결책이 일시적으로 정확하지 않고 확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위기 자체의 속성보다는 

위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성공한 디자이너들은 긍정적인 자세로 당면한 문제를 철저히 탐구한다.

그리고 모든 훌륭한 탐험가들이 그렇듯 이들은 기회주의자들로,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활용할 줄도 알고 바람직한 결과로 이끄는 방법을 발견할 줄도 안다.




디자이너에게는 모든 아이디어, 사고의 흐름을 언제 서로 조합하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해요.

너무 빨리 이루어지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아이디어가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고, 

너무 늦게 이루어지면 아이디어가 이미 단단하게 굳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난제에 대한 공식이나 정답은 없어요. 오로지 디자이너의 능력과 예리한 감각에 좌우될 뿐입니다.

하지만 경험이 없는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랫동안 디자이너들에게 

이런 평행적 사고를 유지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만은 확실합니다.




디자인 과정은 관심사가 각기 다른 참가자들이 합의를 보는 것이며, 

각기 다른 관심사는 `대상 세계`적 관점에서는 서로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디자인 과정은 사회적일 수밖에 없고 참가자들은 되도록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교환하며 서로의 차이를 타협해서 의미를 끌어내야 한다.




모호함은 디자인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

모호함을 통해 참가자들은 각자의 대상 세계에서 개별적으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다른 참가자들과 타협해 의미를 재구성한다.




"디자이너들은 매우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도 한 발짝 물러나 

아예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기보다는 초기 아이디어를 살리려고 노력한다."

빈약한 초기 아이디어에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이 

디자이너의 태도와 접근 방식에서 드러나는 약점이다.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에 너무 집착해 좀 더 객관적이고 진지하게 문제를 바라보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거나 검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 팀이든 여러 자원이 잘 혼합되어 있는 것이 바로 능력이죠.

지적인 자원이 물론 굉장히 중요하지만 늦게까지 잠을 안 잘 수 있는 능력, 

깨어 있으면서 뛰어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리더가 체력이나 행동 면에서 팀의 모범이 되는 것이 중요하죠.




디자이너가 할 일은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침서 내용대로 순서에 맞게 일한다면 그런 것을 만들 수 없죠.

약간의 영감과 샛길과 예상 밖의 비유를 가지고 일하면 결국 이거다! 싶은 게 나옵니다.

디자인 지침서 자체만으로는 절대 기대 이상의 성공작이 나오지 않아요.

성공은 주어진 조건에서 틈새를 발견하고 숨어있는 알짜배기 요소를 발견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혁신적인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분야에 매우 열정적이며 

이런 열정은 어린 시절부터 유지되어왔다.

이들은 위험을 무릅쓰는 용기가 있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혁신적인 디자이너는 (가끔)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실패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성공적인 디자이너들은 문제를 파악하고 정의할 때 

문제를 항상 '주어진 그대로' 파악하고 해석하지는 않는다.

일단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목표를 높게 잡는데, 그 목표는 매우 단순하기까지 하다.

아마 이런 단순 명료함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목표로 인식될 수도 있다.

정해진 목표 안에서 문제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콘셉트를 고안해내고 문제를 

너무 골똘히 생각하지 않고 잠시 머리를 식히는 사이 

갑자기 뭔가 아이디어를 얻어 해결책이 술술 나오기도 한다.

이후 집중적인 작업을 통해 해결책을 평가하면서 세부 사항을 정한다.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에 애착을 갖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디자인 콘셉트는 단순한 추상적 아이디어가 아니라 

디자이너의 노력을 통해 나오는 개인의 통찰력이기 때문이다.

'자식'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디자인 콘셉트를 다른 경쟁 상대 콘셉트에 맞서 변호한다.

이런 애착은 팀 작업에서 인식되고 허용되어야 한다.

이것 없이는 창의적인 디자인이 나올 가능성이 별로 없다.




디자인 팀에서 구성원 사이에 의견 차이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략)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내놓은 콘셉트가 더 좋다고 서로 주장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팀 전체가 주어진 디자인 업무에 대해 서로 수용할 만한 결론을 얻으려는 마음이 있다면 

갈등을 해결하거나 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관심을 가지게 될 것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들을 적용할 상황을 형성합니다.

해결할 디자인 문제를 파악하려면 디자이너는 디자인 문제 상황을 어떤 틀 안에 만들어야 합니다.

영역을 정하고 특정 요소들을 선택하고 주의 깊게 봐야 할 관계를 파악하고 

이후 움직임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일관성을 부여해야 합니다.




창의적인 디자인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적절한 제안서를 만드는 과정이다.

(중략) 창의적인 디자인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훌쩍 뛰어넘는 '창조적 도약'이라기보다는 

문제와 해결책 사이에 '창조적 다리'를 놓는 것과 같다.




전문 지식에 관한 연구에서 공통으로 알 수 있는 점은 능력이 전문가 수준으로 인정받기까지 

해당 분야에 꾸준히 관여하면서 훈련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간이 있는데 

그 기간은 해당 분야에 들어서고 나서 최소한 10년이다.

이것은 단순히 해당 분야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헌신을 의미한다.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꾸준히 의욕적으로 올바른 방향대로 훈련하는 것이다.




전문 지식의 수준 향상이 항상 꾸준히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더 알고 더 빨리 더 능숙하게 일하는 법을 배우는 문제가 아니다.

수준이 달라지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능력과 관련 있다.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변화는 배우는 사람으로서는 거의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모두 그렇듯 뭔가 배우면서 실력이 늘면 기본적인 것들은 

무의식적으로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집중의 수준이 변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을 구할 때 문제의 넓이와 깊이 모두를 생각한다.

경력 디자이너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략은 하향식으로 넓이를 먼저 파악하지만 

그들의 전문 분야 상황에서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문제의 깊이를 파고든다.

따라서 문제가 복잡하거나 디자인이 불확실할 때는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와 초보자의 차이 중 하나가 전문가는 자신의 분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유형과 엄청난 양의 문제와 해결책을 보아왔고 초보자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를 능력자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축적된 사례들의 

세부적인 사항에서 한 발짝 물러나 전체를 보면서 좀 더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다.

전문가는 초보자보다 방대한 분량의 정보를 흡수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여겨지며 

문제의 표면적 특성에 집중하기보다는 근본 원리를 인식한다.




초보자가 전문 지식을 개발하려면 좋은 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신입 디자이너들은 전공 분야의 좋은 작품들을 많이 접해야 하고 

이런 작품들을 통해 배운 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흡수하고 원칙을 세워야 한다.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전문 지식을 이해하고 습득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직접 경험하고 내면화해야 한다.




성공적이고 경험이 많은 디자이너일수록 문제의 틀을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형성하려 하고 해결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문제의 구조를 형성하고 구성하는 과정은 디자인 전문 지식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문제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디자이너는 디자인 과정 중에 도출되는 해결책에 비추어 주어진 문제를 

정의하고 재정의하고 바꿀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언제나 잘 짜이고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만 다루려고 하면 

절대 디자이너로서 진정한 보람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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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 오픈유니버시티의 디자인 연구 전공 교수이자 기술학부 디자인혁신학과 

학과장인 나이절 크로스(Nigel Cross)라는 분이 쓴 디자인 관련 책으로서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을 인터뷰하거나 일하는 과정을 관찰하기도 하고 

디자인 사고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에 디자이너들을 직접 참여시켜 실험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또 디자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능력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등 디자인과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다면 

유익할 만한 내용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접근해서 읽을만한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왜냐면 건축 디자인이나 자동차 디자인, 제품 디자인 관련 내용 등 

해당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 있어 다방면으로 

디자인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다면 읽기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 책만의 약간 색다른 점이 있다면 디자이너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일하고 생각하고 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업 디자이너들을 실험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세세히 관찰했다는 점이다.

관찰 카메라 형식의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듯한 느낌이 아주 약간 들었다.;;;


아무튼, 디자이너 지망생분들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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